[목차]
Ⅰ. 서 론
Ⅱ. 잊혀질 권리를 둘러싼 주요국의 논의 동향
Ⅲ. 잊혀질 권리의 법적 성격과 개념적 재구성
Ⅳ. 결론 : 제한적 권리의 도입과 다른 법익을 목적으로 하는 입법의 가능성
[국문요지]
정보통신 기술의 발전과 함께 등장한 인터넷은 공개된 정보에 누구나 투명하게 접근할 수 있고, 누구나 정보의 형성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정보의 민주화를 불러왔다. 그러나, 다른 한편 디지털 공간에 기록된 정보의 영속성은 과거의 흔적을 지우고 싶은 사람에게는 자기 정보의 공개 여부에 대한 선택권을 제한받는 가혹한 일이 되기도 한다. 과거를 손쉽게 소환할 수 있게 된 이른바 ‘검색의 시대’에 망각의 욕구를 권리화하자는 논제가 이 글에서 다루는 ‘잊혀질 권리’에 관한 쟁점이다. 그러나 잊혀질 권리는 각국에서 다른 접근이 이루어지고 있고, 일반적 권리로서 명문화한 유일한 입법례인 EU의 GDPR에서조차도 권리의 범주와 행사 요건, 수범주체의 이행의무 등의 실체적 요건이 매우 불명확한 권리이자, 아직 법적 개념으로서의 위상이 미약하다.
가장 큰 난맥상을 보이는 문제는 잊혀질 권리는 기본적으로 정보의 자유로운 유통과 공개를 제한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므로, 다른 기본권 요소인 표현의 자유, 알권리, 영업의 자유 등 정보 접근에 대한 이익과 긴장관계를 형성한다는 것이다. 이를 이 글의 제목에서는 ‘잊혀질 수 없는 권리(Right not to be forgotten)’라고 빗대어 표현하였다. 본고에서는 이처럼 기본권 조화의 맥락에서 우리가 인정해야 할 바람직한 권리의 모습은 무엇이고, 구체적으로 어느 범주에서 권리의 실체를 재구성해나가야 하는지를 고민하였다. 잊혀질 권리를 세심한 이익형량 없이 특정 법익의 일측면에 치우친 권리로 구성하게 되면, 이는 많은 상황에서 위헌적 소지가 불거지게 되어 권리자와 의무자 모두에게 법적 불안정성을 초래하는 불완전한 권리가 된다.
이 글에서 제안하고 싶은 법제화의 방향은 다양한 권능을 가진 포괄적인 권리 형태의 잊혀질 권리를 법제화하는 것이 아닌, 사익(정보주체)을 우선해야 할 제3의 공적 목적의 존재를 전제로 하는 제한적 형태의 권리이다. 이를테면 아동·청소년의 특별한 보호를 위해서는 잊혀질 권리를 제한적으로 인정할 수 있다는 취지이다. 그 이유는 잊혀질 권리의 실현에 가장 큰 제약조건인 기본권 제한의 문제를 아동·청소년 보호 법률과 같이 공적 목적이 분명한 법률에서 포섭하여 추진한다면, 이익형량의 관점에서 어느 정도 균형성을 확보할 수 있어 입법의 타당성과 실익을 설득하기 유리하기 때문이다. 본 연구에서 제시한 여러 제언을 토대로 잊혀질 권리를 현실화하고 디지털 심화 시대의 실효적 권리로서 발전시켜나갈 필요가 있을 것이다.